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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전용 차로에서 차를 세워 동거녀를 사망에 이르게 한 남성이 유족에게 ‘처벌불원서’를 요구했다.
14일 방송한 JTBC ‘한문철의 블랙박스 리뷰(한블리)’에서는 지난 3월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사고를 조명했다.
공개된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버스전용차로에 한 차량이 멈춰 섰고 남녀가 잇따라 내렸다. 이후 뒤에서 빠르게 달려오는 버스와 충돌하면서 여성이 사망했다.
유족에 의하면 피해 여성 A 씨는 운전자 남성과 10년을 같이 산 사실혼 관계로 당시 속도 문제로 언쟁을 벌였고 남성이 고속도로 한복판에 차를 세우면서 변을 당했다.
영상에서 A 씨는 남성에게 “이렇게 빨리 달리니까 불안하다”며 속도를 낮춰달라고 요구했고 남성은 “고속도로에서 뭐가 빨리 달리는 거냐”며 언성을 높였다.
이 문제로 실랑이를 이어가던 중 남성은 “아이 XX 차 타고 가”라고 소리친 뒤 버스전용차로에 차를 세우고는 운전석에서 혼자 내렸다.
A 씨가 뒤이어 내리는 순간, 뒤에서 빠른 속도로 버스가 달려왔고 이들 차를 들이박았다. 차량은 형체를 알아보지 못할 만큼 파손됐고 A 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사망했다.
인터뷰에 어렵게 응한 A 씨 딸은 “남성이 평소에도 과속을 자주 하는 편”이라며 “장거리 다녀오면 항상 과태료가 날아왔다. 과속하는 문제로 엄마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엄마가 평소 했던 말이 ‘둘이 다투면 (남성은) 따로 가겠다며 차를 세우고 내렸다’더라”면서 “어이가 없고 기가 막혔다.
운전을 하지 않는 사람도 버스전용차로에 차를 세우면 안 된다는 걸 아는데 왜 거기서 세웠는지 이해되지 않는다”라고 토로했다.
A 씨 딸은 “지출이나 월급, 돈에 관한 건 엄마 명의였는데 장례식 마지막 날 남성이 하는 말이 ‘나도 10년간 같이 돈 벌었으니까 나한테 얼마를 줄 수 있지 않겠냐.
내가 마음만 먹으면 재산 절반은 가져갈 수 있지만 포기 각서 쓸 테니 처벌불원서(피해자가 피의자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는 것)를 써달라’고 얘기하더라. 협박 아닌 협박이었다”라고 밝혔다.
이에 더해 “남성은 이 사고가 엄마 잘못이라고 얘기하고 다닌다”면서 “엄마 지인에게 듣기론 남성이 ‘엄마가 차를 세우라고 해서 세웠다’고 말하고 다니고 있다.
모르는 사람은 엄마를 욕하지 않겠나. 억울한데 욕까지 먹어야 한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본인 잘못으로 사람이 죽었는데 크게 미안해하는 거 같지도 않다”며 “사고는 났는데 가해자가 없는 느낌이다.
아무도 책임지려 하지 않고 본인들은 잘못 없다고 얘기하니까. 엄마의 억울함에 누구든 책임을 지고 처벌을 받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현재 남성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유족은 변호사를 선임해 검찰에 유기치사죄를 검토해 달라는 의견서를 전달했고 검찰도 경찰에 보완수사를 지시한 상태다.
이 남성의 행동 하나로 평화로운 식사시간 다 망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