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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좋은 계절이 왔다. 우리는 걸을 때 종종 좋아하는 음악이나 팟캐스트를 듣는다. 심심하지 않고 기운이 나면서 시간도 더 빨리 가는 듯하다.
만약 아무것도 듣지 않고 그냥 걷는다면 지루할 것 같은가? 최근 동영상 플랫폼 틱톡에는 ‘조용한 걷기(silent walking)’의 이점을 공유하는 영상이 유행이다.
조용한 걷기는 헤드폰은 내려놓고 나의 감각과 현재의 순간에 집중하며 걷는 방법이다.
조용한 걷기의 이점을 설파하는 틱톡커들은 이 걷기 방식이 정신 건강에 유익하다고 말한다.
고요함 속에서 걷다 보면 감각이 살아나는 걸 느끼고, 정신이 맑아지며,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자아를 성찰하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유행을 만들기 위한 영상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일부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고요한 걷기가 정신건강을 증진시키는 훌륭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케크 의과대학 마음 챙김 과학 센터장이자 정신의학 및 행동과학부 임상부교수인 라엘 칸 박사는 “자연에서 조용히 걷는다는 개념이 마음 챙김 명상 전통에서의 마음 챙김 걷기(mindful walking), 즉 걷기 명상 수련을 연상시킨다”라고 말했다.
고요한 걷기가 어떻게 정신건강에 도움이 되는지, 미국 건강정보 포털 ‘헬스닷컴’이 전문가들의 의견을 토대로 소개한 내용을 알아본다.
현재 순간에 집중하는 것이 관건
끊임없이 주의를 빼앗는 것들로부터 뇌를 쉬게 하는 건 뇌 건강에 도움이 된다. 칸 박사의 설명에 따르면, 조용한 걷기는 뇌를 ‘기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에서 벗어나도록 한다.
기본 모드 네트워크란 멍한 상태이거나 몽상에 빠졌을 때 활발해지는 뇌 영역으로, 뇌가 미래를 상상하고 지난 경험을 반추하고 공상에 잠기는 것을 말한다.
이 기본 모드 네트워크가 활발해지면 현재의 순간이나 주변환경을 온전하게 인식할 수 없다.
하지만 명상이나 걷기를 하는 동안 지금 순간에 집중하면 끊임없이 생각이 일어나는 걸 멈추는 데 도움이 된다. 보통 마음 챙김(mindfulness)이라고 불리는 수행법이다.
그러려면 음악이나 팟캐스트와 같은 들을 거리뿐만 아니라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쉴 새 없는 재잘거림에도 주의를 뺏기지 않아야 한다.
현재에 몰입하려면 감각에 주목하라
현재의 순간에 온전히 몰입하기란 쉽지 않지만, 고요한 걷기는 움직임을 수반한다는 점에서 마음 챙김을 하기에 조금 더 쉬울 수 있다.
머릿속 복잡한 생각을 떨치는 데 운동이 도움이 된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이해할 수 있다.
비록 명상이나 마음 챙김에 대해 배운 적이 없더라도 몸을 움직이는 행위 자체가 일으키는 감각과 자연스러운 연결이 일어난다.
고요함 속에서 걷다 보면 산들 부는 바람, 얼굴에 닿는 햇빛, 그 외 다른 자연스러운 감각을 알아차릴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알아차림이 기쁨을 주고 창의성을 불러일으키는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출근길에서도 시도할 수 있을까?
처음부터 쉽진 않을 수 있다. 고요한 걷기가 좋다고 말하는 사람 중에는 처음 시도했을 때 몇 분 간은 혼돈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웨일코넬의과대학 임상 정신의학부 심리학교수인 수잔 에반스 박사 또한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멀티태스킹이 습관처럼 행해지는 요즘 시대에 속도를 늦추고 한 가지에만 집중하는 건 다소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초반의 지루함을 이기기 어려울 수도 있다. 다른 모든 일과 마찬가지로 고요한 걷기도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걸린다.
시간을 내서 자연으로 나가거나 공원을 찾을 수 없다면, 출근길에서라도 지금에 마음을 두는 연습을 해볼 수 있다.
사방 시끄러운 소리로 주변이 고요할 수는 없지만 마음을 집중하는 일은 출근길에서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에반스 박사는 “우리가 집중하지 않을 때 자연스럽게 드는 생각이나 걱정, 계획 등으로 마음이 산만해지려고 할 때, 이를 알아차리고 다시 현재 순간으로 마음을 가져오는 것이 진정한 수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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